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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에 대한 투쟁 촉구 선전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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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깨철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3건 조회6,084회 작성일2004-06-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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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스케치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너무 시시콜콜 따지며 묘사하다보면 냉소적으로 보일 것 같기에) 간략하게 진행된 사항만 처리하고, 우리의 행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이런 행동에 있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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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30분경 부터 '투쟁과 밥',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모임' 사람들 15명 정도가 모여 피켓팅과 유인물을 돌리는 작업을 했다.  그러자 민주노총 사무실에 상근하는 듯한 여자분이 나와 우리의 선전전에 대해 항의했다. 항의 내용은 우리가 피켓에 적어온 문구가 민주노총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되었던 문구는 '민노총은 투쟁하지 않는다. 협상할 뿐이다'였다. 한 두 사람 정도만 그 여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하던 피켓팅과 유인문을 돌리는 일을 계속 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남자 한 분이 다가와 '대표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우리가 '대표자가 없다'고 말하자, 자기 소개를 하고(그는 민노총내 '비정규직실' 사무국장이었다) '면담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고, 우리는 '그럼 모두가 모여서 하자'고 해서 면담 시간을 5시로 잡고 선전전을 계속 진행했다.
5시가 조금 넘었을 때,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들어오다가 우리와 마주쳤지만 그는 사무실로 그냥 들어갔다. 그때 이수호 위원장과 함께 있던 정치국장인지 하는 사람이 다가와 다짜고짜 우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찾아와서 땡깡을 부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고, 투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느냐고 우리들을 '철없는 사람'쯤으로 대했다. 우리는 투쟁이 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투쟁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로 봐서는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설전이 오가는 동안 또 다른 한 분이 나타나 역시 흥분한 채 민주노총의 의사수렴 질서와 체계를 어지럽히고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우리를 비판했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민주노총의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의사수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렇게 설전이 오가고 있는 중에 비정규직 사무국장이란 분이 우리와 면담을 하기 위해 다시 나타났고, 흥분해 있던 두 사람은 비정규직 사무국장을 불러 뭔가 이야기를 나눈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시콜콜한 것을 다 빼고 나서 우리가 느낀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민주노총이 위계와 질서, 체계를 너무나 중요시하는 관료체제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선전전을 하며 뱃지도 팔고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서명도 받고 있었는데, 서명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이것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6시 경부터 면담이 된 것 같은데 비정규직 사무국장의 말은,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연대와 투쟁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한 전망과 방향을 내놓지 못하는 '비정규직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즉, '비정규직실'에서 투쟁에 대한 전망과 방향을 내놓기만 하면 민주노총 지도부 및 상집, 중집에서는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지도부가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비정규직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비정규직실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자, 사무국장은 내부 이견이 있고, 계속 논의 중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직실 회의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보다 중요한 민주노총의 체계에 당사자인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결합시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와 이주노동자 투쟁을 한국사회에 알려내고 힘을 받기 위해서는 현 명동농성투쟁단의 힘만으로는 안되고, 민주노총의 보다 상급 단위에서 이주노동자 공동체, 이주관련 한국인 운동단체들을 끌어들이고 투쟁을 제안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즉, 민주노총에서 이주노동자 투쟁의 중요도를 인정하고 체계상으로 도 그 위상을 높이라는 요구였다. 여기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국인을 상대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대중사업을 전개하고, 민주노총 내에 조직된 노동자들을 상대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교육사업을 진행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는데, 생각해보겠다는 정도였던 듯 하다.
-마지막으로 사무국장 역시 우리의 행동에 대해 민주노총의 위계와 질서, 소통구조를 이유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면담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이런 일은 민주노총에게 많이 일어날 것이며, 그것은 민주주의의 현실적 추세라고 말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동을 통해 우리가 깨달은 것은 역시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행동에 직면한 상대가 항상 그렇듯이 '불만이 있으면 구체적인 것을 요구하라'는 말과 행동으로 표시하지 말고 '면담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구체적인 것을 요구한다고 해도 이런 저런 것을 이유로 대며 '아직 고민 중'이라는 답을 듣는다면, 상대의 구체적인 것에의 요구는 결국 변명을 쉽게 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해진다.  게다가 '면담'은 문제에 대해 모호성을 남길 뿐이다. '면담'은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노총이 구체적인 것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없다면 더 자세한 '구체적인 요구'를 들고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다. 이번에도 물론 행동을 보여줄 것이며, '면담'이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서 책임있는 사람이 나와 책임있게 이루어지는 자리가 아니라면 '면담'을 거부할 생각이다.  우리는 이것이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가장 필요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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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매닉님의 댓글

매닉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흑흑, 너무 수고하셨어요. 다들...  이 글 다른 사이트에도 좀 확 뿌렸으면 싶은데... 안 되나요?

다꽝님의 댓글

다꽝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깨철님,
구구절절이 써주셔서 그날 상황을 잘 알게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금자가 요새 돈버니라 함께하지 못하거, 우~~ 싫어싫어,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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