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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성매매근절주의 입장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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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깨철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7건 조회11,115회 작성일2006-07-06 22:58

본문

>>성매매는 남성들의 성적 욕구 해결을 위한 필요악 아닌가요?


성매매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던 가장 오래된 직업이며, 필요악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살인과 같은 범죄들 역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고 근절되지 않았지만, 인류는 그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성매매가 필요악이라면, ‘누구의 필요에 의해 누가 피해를 입는 것인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남성들의 성적욕구를 위해 성매매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차별과 여성(Gender)폭력을 인정하는 가부장적 사회의 유산이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사회악일 뿐입니다. 

 

<반론>---> 매춘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던 가장 오래된 직업인 이유는 남성들의 성적 욕구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타의 이유로 남편을 잃은 여성, 가족에서 쫓겨난 여성, 죄를 지은 여성 등등 빈곤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수단이었다. 이것은 오늘날 인도의 매춘을 봐도 알 수 있다. 빈곤이 사라지지 않고, 여성들에게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매춘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역사상 매춘이 사라지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다. 남성의 본능 운운하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이는 자본의 권력과 축적비밀을 수요와 공급에서 찾는 것처럼 비사회과학적 인식의 전형을 보여줄 따름이다. 성욕문제가 초점이 아닌 것이다. 남성성욕의 문제는 생존수단을 선택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이지 매춘의 존립근거와는 무관하다.

매춘이 가부장적 사회의 유산이라면, 가부장적 사회가 지독히도 잔존하고 있는 사회와 가부장제와 가장 거리가 먼 자유화된 여성이 많은 나라에서 하나같이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매춘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현실은 가부장제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데, 매춘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상도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여성의 인권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춘이 증가하는 것도 설명이 안 된다. 그 모든 현상을 모두 젠더 정치학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것이다.

또한 매춘을 살인과 같은 것으로 비유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성노동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살인은 피해를 주며 타인을 적대시하는 것이다. 한편, 성구매자는 구매행위를 통해 자본축적을 하는 것도 아니요, 권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가 얻는 이득이라고는 쾌락, 필요의 충족이다. 그는 빈곤에 의해 성노동자가 된 여성의 섹스를 소비한다. 

 

 

 

 

>>성매매가 왜 여성에 대한(Gender) 폭력인가요?

성매매는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만들어내는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 남성들은 생물학적 본능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성을 파는 방식이 아닌 여성의 몸을 사는 방식으로 그 욕구를 해결하려고 해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성지배의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살 수 있는 성’ = ‘여성의 성’ = ‘남성에 의해 취득, 점유될 수 있는 성’이라는 이중규범이 작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적으로 식품위생법에서 (합법적인) 유흥접대부를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도 보여집니다.

군대에서 회사에서 남성들의 성구매행위는 놀이문화로 접대문화로 공공연히 허용되고 있는 반면, 성판매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회적 낙인과 매장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성구매자의 행위에 대한 사회적 허용도가 높을수록 한 여성의 성매매 경험을 더욱 매도하는 구조는 가부장제 이중성문화의 논리로써 설명될 수 있습니다.

 

<반론>---> 매춘이 남성 중심의 성문화가 만들어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말은 뭔가 더 분석될 것을 남긴다. 성노동에 성폭력이 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단지 우리사회가 성노동을 바라보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에 의해 포착된 재현의 질서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이 맥락에서 '폭력'을 말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 남녀거래에 있어 여성을 파는 쪽의 입장에 서게 강요 하는가 일 것이다.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 선다는 것은 성뿐만 아니라, 남녀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거래에서 일반화된 관계성일 것이다. 이 불리함은 빈곤에서 비롯되었고, 또한 여성들에게 사회활동의 많은 기회들이 닫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은 두가지 선택에 직면하곤 한다. 결혼에 의해 가족의 소유물화된다던지, 그렇지 않으면 자유로운 노동력이 되어 시장에 내던져지게 된다. 그리고 이 시장은 가족의 통제권과 소유권을 부여받은(또한 가족부양의 의무를 책임지는 제도적 대표성으로서의 남성권력) 남성간의 경쟁질서로 가득하다.

결혼에 있어서 여성은 프로포즈를 받는 쪽의 입장에 서게 되며, 성관계에 있어서도 요구받는 쪽에 서게 되며, 성거래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 관계성을 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즉, 프로포즈자체가 폭력은 아니며, 요구하는 자체가 폭력은 아니고, 거래를 하는 것이 폭력은 아니다.

폭력은 항상 여성을 피해자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생계를 박탈하고 있는 자본축적, 그리고 여성에게서 성욕을 박탈하고 '비여성'이게끔 통제해온 남성 중심의 소유권을 비롯한 가족제도 및 국가정책일 것이다. 매춘여성과 부인의 성이 다른 점은 매춘여성은 성욕이 박탈된 '비여성'이고, 부인은 성욕이 주종관계에 의해 생식수단(생식수단이 아니라 성욕이 성욕으로 인정받는다고 해도)으로 전락하고 가족구조안에 구속되고 통제되고 소유된 것으로서의 '여성'이라는 점의 차이다. 이러한 기본적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 '여성'들의 자유는 자유로운 노동력이 될 자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비여성'인 매춘여성들의 필요에 의한 자유는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거래에 있어 구매자는 그렇게 형성된 사회질서속에서 향유하는 소비자로 나타난다. 구매자는 자신의 필요를 교환을 통해 충족한다. 우리는 여기서 성구매자가 상품생산사회 일반의 소비자와 똑같이 어떤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자와 동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거래가 폭력이 내재적인 것이 아니다. 폭력의 내재성은 그녀가 노동력을 팔아서 생계와 필요를 충족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사회적 질서다. 이렇게 폭력과 그것의 메카니즘을 분석하지 않고, 무한정 확대적용하는 한 폭력은 인간성에 본질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생태계 본질적인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성거래는 곧 성폭력이라는 도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인식은 아주 퇴보적인 조치들을 낳을 뿐이다. 모든 성거래가 성노동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그리고 성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끔 노동조건과 환경을 바꾸는 투쟁과 성노동자의 주체성에 중심을 두는 정치학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배적 거래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투쟁이고, 폭력으로서의 사회질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매춘여성이 '비여성'으로 존재한다는 나의 생각은 가족구조안의 '엄마'로 대표되는 '대문자 여성'에 매춘여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현실 속에서 '여성은 누구이고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형성과정에 있어 매춘여성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매춘여성은 '비여성'이고, 이들의 주체성은 대문자 '여성'안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의 정책은 이러한 실례를 증명한다. 대문자 '노동자'가 '비노동자'를 배제하듯이, 대문자 '여성'은 '비여성'을 배제한다. 배제는 또한 포섭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것은 정규직노동자이며,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통제함으로써 권력과 교섭지위를 갖는다. 오늘날 이런 패턴은 대문자 '여성'의 정치에도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비노동자'를 낳고, '비여성'을 또한 낳는 과정이다. 우리의 현실은 비노동자와 비여성이 주위에 득실댄다. 여기에 비노동자로부터, 그리고 비여성으로부터 각각 출발하는 정치학이 탄생하는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 위의 질문과 성매매근절주의 입장속에서 나온 대답들은 사회당 홈페이지의 올려진 내용들이다. 그 대답밑에 나의 대답을 반박형태로 추가했다. 이것은 비단 사회당이라는 특정 단체의 입장만이 아니다. 주요한 논리는 모든 성매매근절주의 입장에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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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현미님의 댓글

현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남성들의 왜곡된 성적욕망을 폭력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근절주의의 기저를 말씀하지 않으시는군요.

쿠르르님의 댓글

쿠르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성의 인권이 전반적으로 상승”, “가부장제와 가장 거리가 먼 자유화된 여성이 많은 나라”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과 자유화된 여성은 다른 여성입니다,  여성들간의 계급 문제죠.
“현실은 가부장제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지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수단이었다”, “남녀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거래에서 일반화된 관계성일 것이다. 이 불리함은 빈곤에서 비롯되었고, 또한 여성들에게 사회활동의 많은 기회들이 닫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은 항상 여성을 피해자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 이것이 남성중심성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성노동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 당연히 아니지요 살인자는 성구매자와 비유됩니다.
“성구매자는 구매행위를 통해 자본축적을 하는 것도 아니다” : 성구매자가 구매하는 것은 성이지 자본이 아니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프로포즈자체가 폭력은 아니며, 요구하는 자체가 폭력은 아니고, 거래를 하는 것이 폭력은 아니다.” , “우리는 여기서 성구매자가 상품생산사회 일반의 소비자와 똑같이 어떤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자와 동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 : 이렇게 말한다면 왜 대부분 성구매자가 남성이고 성판매자가 여성인지, 다른 판매자는 비난받지 않으나 성판매자는 비난을 받는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매춘여성은 성욕이 박탈된 '비여성'”: 여성의 본질이 성욕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구조안의 '엄마'로 대표되는 '대문자 여성'에 매춘여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 여성은 주부와 성매매여성으로만 이분되지 않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층위가 다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와 비노동자, 여성과 비여성이라는 남성이 삭제된 논의는 gender blindness라고 생각됩니다

깨철이님의 댓글

깨철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미님/ 남성의 왜곡된 성욕망을 폭력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하셨는데, 먼저 '폭력'의 기준을 말해주셔야 동의를 하든지, 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곡된 성욕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바는 없는 것 같아요. 매춘의 존립근거를 저는 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 이야기했던 것이고, 님은 가부장제로부터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 매춘이 가부장제적 권력을 이용한 폭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가부장제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요?
쿠르르님/여성들간의 계급문제라...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젠더내의 계급적 분화라 할 수 있겠지요. 제가 자유화된 여성과 매춘여성이 같다고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현실이 가부장제와 멀어지고 있다는 근거에 대해서는 저는 '가족제도의 변화'에서 찾습니다. 봉건시대의 가부장제도와 자본주의의 그것이 다를 뿐더러 근대를 넘어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의 가부장제도도 많이 바뀌어가죠. 여기에는 여성운동의 역할이 큰 역할을 했구요.

남성중심성에 대해서, 전 남성 중심성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오해를 하시는지? 성구매자=남성 중심주의, 혹은 남성권력이라는 등식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이지요. 전 이 등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구매자가 상품경제의 일반 소비자로 인식될 때 왜 구매자가 남성이고, 판매자가 여성인지 설명이 안된다고 하시는데 전 님의 근거가 항상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즉, 항상 남성이 구매자이고 여성이 판매자다라고 하는 것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성을 둘러싼 자본-국가-가족의 이해관계와 그 연맹은 분명히 있죠. 그리고 그 연맹이 남성을 주체로 놓고 진행되는 것은 분명하구요.  그러나 이런 분석과 성구매자를 남성권력과 동일시하는 얘기는 전혀 다른 겁니다. 가령, 소비자가 자본의 물신주의에 찌들어 있다고 하는 것과 소비자=자본이라고 등식화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겁니다. 저는 그런 차이를 성매매근절주의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춘여성이 성욕이 박탈된 '비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녀가 성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성욕의 대상이기때문에 쓴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성욕을 지움으로써만 성욕을 거래할 수 있죠. 이는 노동자가 자신의 구체적(욕망에 근거한) 노동력을 지움으로써 추상적 노동력이 될 수 있는 것과 흡사합니다. 그리고 전 여성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엄마'와 '매춘여성'으로만 이분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남성도 님이 어떻게 그 본질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화되거나 삼분화되지조차 않죠), 제가 지적하는 것은 이분이나 삼분 이런 게 아니고, 노동이나 여성내부의 식민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비노동자, 여성/비여성의 논의는 남성을 삭제한 것 아닙니다.  제가 비여성을 거론하는 대목은 자본/노동이나 남성/여성이 아니니까요. 식민화현상....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니까요.

깨철이님의 댓글

깨철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쿠르르님/ 몇 가지 확인할 사항.

“성노동자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 당연히 아니지요 살인자는 성구매자와 비유됩니다.
“성구매자는 구매행위를 통해 자본축적을 하는 것도 아니다” : 성구매자가 구매하는 것은 성이지 자본이 아니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라고, 하셨는데요. 살인자=성구매자 등식이 어떻게 성립가능한지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성구매자가 섹스를 구매하면서 '자본을 축적하는 것도 아니요, 권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는데, 쿠르르님은 거기서 '권력의 획득'부분을 삭제하시면서 읽으셨더군요. 자, 성구매자는 어떻게 섹스와 돈의 거래를 통해 매춘여성의 성을 '착취'하나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나요? '착취'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착취'를 말하려면 성을 둘러싼 착취시스템이 분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냥 돈을 주고 섹스를 하니까 착취가 되는 건가요? 아니면, '사랑'을 명목으로 섹스를 하면 어떻습니까? 그것은 착취인가요? 아닌가요? 성특법이 유포시키는 '착취'개념은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저는 여성가족부를 여성권력으로 보고 있으며 성특법을 여성내의 매춘여성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비여성화'시키는 식민화 정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성노동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등한 대화적 주체로조차 생각지 않고 있는데요. 이것이 성특법이라는 정책에 내재된 담론상의 문제점을 드러내고며, 또한 현실정치에서의 대립점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쿠르르님의 댓글

쿠르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선 가부장제라는 용어를 남성중심의 혈연, 가족제도만을 한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합의되고 있는 건지 짚고넘어가야할 것 같네요. 가부장제는 남성권력, 남성중심성을 포함하는 확장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구매가 어떻게 남성권력이냐,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하면서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느냐, 살인과 비유될 때 성구매자가 어떤 맥락에서 살인자와 비유되느냐를 제가 설명을 드리고싶지가 않군요 성매매에 관한 많은 책들이,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이야기해온 것이기 때문이고, 저는 그렇게 친절한 쿠르르가 아니거든요
성매매여성의(매춘여성이란 단어는 사용안하기로 오래 전에 합의되었다고 알고있습니다만) 성이 '착취'된다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간단히 성적 자기결정권, 인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성욕이 박탈되었기 때문에 비여성'이라고 하면서 여성의 본질이 성욕에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은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저는 여성, 남성에게 어떤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여성의 본질이 성욕이 아니라면 여성의 성욕이 부정되었다하더라도 여전히 여성입니다, 성적결정권을 빼앗긴 여성이지요.
소비자가 자본의 물신주의에 찌들어있다고 해서 소비자=자본이라는 등식은 당근 성립되지 않지요 그러나 성구매자=남성권력이라는 등식은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을 둘러싼 자본-국가-가족의 이해관계”라고 하셨는데 성을 빼고 자본-국가-가족의 이해관계라고해도 무난히 성립합니다. 아니 저는 자본-국가-가족에 대한 남성의 이해관계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성구매자가 남성이 아니고 모든 성판매자가 여성이 아니라는 것은 변죽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물신성과 남성들의 남성권력을 비유하고 싶다면 저는 소비자가 물신주의에 빠진 것과 남성들이 남성권력을 행사하는 것, 또는 상층계급의 계급주의, 백인의 인종차별 이러한 것들에 있어서 각각의 개인들을 비판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단순히 구조의 문제가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성찰성, 행위성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의 성특법제정 과정에 있어서 문제점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은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합의하고 있는 지점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성매매 여성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여성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여성화와 식민화는 다른 얘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대등한 대화 주체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식민화라고 말씀하고계시다면 동의합니다. 저는 이것이 여성가족부의 여성권력이라기보다는 대의제의 문제점이 반복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책과 법안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항상 있어왔던 일이고 이것이 현실적 민주주의라는 명목의 대의제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깨철이님의 댓글

깨철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부장제는 우선, 가족제도를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족을 빼고 가부장제를 논할 수는 없겠죠. 가족제도가 없다면 가부장제가 성립될 수도 없고. 가족의 소유권, 재산권, 커플구성, 아이들에 대한 통제를 둘러싼 권력이며 국가권력의 기초단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국가권력이 가족의 '주인'으로써, 혹은 '대표'로써 남성 주체를 요청하므로, 남성중심성, 남성권력을 이야기할 수 있겠죠. 가족제도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신체와 성적결합에 구속력을 가하는 권력구성체입니다.

-성구매자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을 말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실관계성이나 비유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착취'나 '억압'이나 '폭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것이 정확하지 않으면, '사회'자체가 폭력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제가 원해서 이 사회를 선택해서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생명이 태어나는 것조차 폭력입니다. 모든 생명이 자기가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거든요. 이런 식의 정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매춘여성의 성이 착취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당연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는 아니지요. 대부분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선택하고 있죠. 모든 여성이 성적결정권을 빼앗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회에서 모두는 '자유로운 노동력'이니까요. 인신매매, 강제매춘의 문제는 '자유로운 노동력'임을 부정하는(성적결정권을 무시하는) 행위니까 당연히 처벌되는 것이고, 그 이외의 매춘여성들에 대해 성적결정권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단순히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 개인이 문제가 있다면 그건 당연하죠. 하지만 성구매자 일반이 살인자로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저는 그렇게 일반화하는 규범의 근거를 문제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규범과 제도의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지요.

-대의제가 바로 소수자의 목소리를 식민화시키는 대표적 권력제도이죠. 그런데 님은 권력의 문제와 대의제의 문제점을 분리해서 사고를 하시는군요. 여성가족부가 권력이 아니라면, 도대체 님의 권력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게 되어버립니다. 권력이란 게 남성성에만 내재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니겠죠.
게다가 사실관계상 여성가족부를 대의제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구요.

-마지막으로 님이 성노동자 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성특법 자체는 사회적 저항과 무관합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합의를 했건 말건 말이죠.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루면서 항상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이주노동자를 안받으면 될 게 아니냐? 그러면 불법체류자도 안 생기잖아."하는 말인데요. 어쨌든 이런 식의 이야기는 저항과 무관하죠. 저는 성특법이 바로 그런 것이라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매춘여성들의 주체성으로부터 저항이 생겨나는 것인데, 그 주체성과 저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쿠르르님의 댓글

쿠르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물론 사전적 의미의 가부장제는 그렇습니다만, 가부장제라는 의미가 남성권력, 남성중심성을 포함하여 확장되어 쓰이는, 이를테면 대명사처럼 쓰인다는 말씀을 드렸던 거구요
모든 생명이 자기가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사회를 선택해서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폭력적이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체념적인 사고겠지요 규범과 제도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규범과 제도는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특히 성매매를 하나의 제도라고 한다면 남성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당근 권력을 남성만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남성 중에서도 어떤 면에서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있고 여성 중에서도 어떤 면에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있지요. 여성가족부는 권력입니다(여성가족부가 대의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그러나 여성권력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여성가족부의 성원이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 권력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여성권력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여성 일반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남성 중에 ‘어떤 면에서’ 권력이 없는 이들도 있지만 남성 일반은 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남성권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특법역시 사회적 저항입니다 한계를 지니고 있는 사회적 저항이죠 사회적 저항이 주체로부터 나와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성특법을 만든 여성들 역시 성매매의 주체입니다 성판매여성만이 성매매의 주체라고 한다면 이는 여성을 비성매매여성과 성매매여성(흔히 성녀와 창녀)로 이분하는 논리에 다름 아닙니다. 비성매매여성에게도 성매매는 자신의 일입니다. 저는 성특법이 제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취지에는 가슴 깊이 동의합니다. 제가 신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면 저는 모든 성판매여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성특법의 사회적 저항이라고 한다면 명목상으로만 유지되고(윤락행위등방지법) 실질적으로는 성매매를 법으로 인정했던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시켰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인신매매와 감금, 폭력을 당하지 않으면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면, 또는 개인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성판매여성들이 성적자결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이 선택이 '자발적'이라고 할 수있냐는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인신매매 등의 강제가 없다면 자발적인가요? 여성들을 제2의 계급으로 만들고, 성적 서비스산업이 다른 노동보다 훨씬 구직이 쉽고 더 많은 보수를 주는 구조, 성적 서비스산업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에서 그것을 선택한 것이 자발적입니까? 성매매여성들의 기준은 돈입니다. 성판매를 하고서 돈을 받으면 강간이 아니고 돈을 못받으면 강간이라는 겁니다. 이게 성적 자결권인가요? 성판매를 하면서 많은 성판매여성들이 몸과 정신의 분리를 경험합니다. 몸은 그 곳에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성판매여성들에게 성매매가 전부가 아닙니다. 그녀들에게도 삶이 있습니다. 성판매여성들도  나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판매여성들이 성특법에 반대했던 것이 성매매를 계속 하고 싶어서였습니까? 생계 보장이 안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성판매여성들 중에 대부분이 다른 대안이 있다면 성판매를 그만두겠다고 말합니다. 저는 아까 말한 것처럼 성판매여성들이 한 명도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성판매를 하는 여성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공창제 논의와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인권의 문제라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여겨지는 언어성희롱을 당해도 성희롱가해자를 죽이고 싶은 게 피해자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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