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손맞잡은 황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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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돕헤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1건 조회7,110회 작성일2006-06-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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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를 건너고 언덕을 기어올랐다.

그래서 마침내 우리는 경찰과 철조망의 저지선을 뚫고 도두2리까지 갈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과 평택지킴이들과 평화활동가들과 또 많은 사람들이 6월 18일 대추리를 출발해 도두2리에 다다른 것이다.
경찰도 막지 못했다.
저들이 파놓은 해자도, 수십겹으로 쳐놓은 철조망도 소용 없었다.
2m가 넘는 진압봉을 들고 도열해 서있던 군인들도 3차 범국민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수 천명의 참가자들을 만나려는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대추리, 도두리는 경찰과 군대에 의해 완전히 봉쇄가 되었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두지 않았다.
평화를 향한 의지로 저들의 방패를 무너뜨린 것이다.
감격적인 순간들이 왜 없었겠는가.

수 만명의 전투경찰이 막아선들 드넓은 황새울 벌판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모두가 똑똑히 알게 되었다.
흐르는 물길을 방패로 막을 수 있겠는가!

6월 18일의 감격적인 장면들 가운데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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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에 모여 있던 마을 주민과 참가자들은 수 천의 대오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도두2리로 향했다.
경찰의 저지선도 뚫고, 철조망을 따라 논둑길을 걷고 또 걸었다.
난관은 곳곳에 있었다.
도랑이 나오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건넜다.
언덕이 나오면 서로 손을 맞잡고 끌어 올려주었다.

상호부조의 힘이란 그런 것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웅덩이를 건너 언덕에 오른 래군이형이 소리를 쳤다.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말이다.
도두2리는 대추리에서 서쪽 방향에 있다.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번쩍 손을 치켜 올린 래군이형의 머리 위에 그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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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웅덩이를 건너 언덕을 기어올랐다.
도두2리로 가기 위해서였다.
경찰이 막아놓은 길로 가지 못하고 이렇듯 고생고생하며 황새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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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갔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서로 손을 내밀어 함께 올랐다.
그래서 우리는 6월 18일 승리할 수 있었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서로 도우면, 수 천명이 수 만명이 서로 도우면, 조그만 힘이라도 모아내면 우린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넘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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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웅덩이를 건너고 언덕을 올랐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여성활동가도 똑같이 허리까지 빠지는 웅덩이를 건너 언덕을 올랐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그렇게 도두2리 마을회관에 이르러 저멀리 보이는 수 천의 대오를 항해 감격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저쪽에서도 우리의 소리를 들었다.

상봉의 기쁨이란 그런 것이었다.

우리는 만났다.
저들이 끊어놓은 황새울 들녘을 가로질러 우리는 마침내 만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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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이었다.
흐름이었다.
본능이었고, 단호한 의지였다.
도움을 주었다.
손을 맞잡고 힘을 나누었다.
기쁨도 나누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웃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황새울 벌판을 걸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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