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고 유기화씨를 추모하며] 나를 찾아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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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나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1건 조회7,637회 작성일2006-07-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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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돌아오자 마자
슬픈 비보를 전해들었습니다.
갯벌의 여전사 류기화씨가 생합을 잡으로 바다에 들어가다
물에 빠져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ㅜㅜ 지금 너무너무 슬퍼요.
아래 기사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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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http://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45697]


나를 찾아 바다로 간다


저 수평선 너머 떠있는 섬
신시도와 야미도를 꿰뚫어버린 방조제
강과 바다, 달과 지구
억만년 인연을 끊었지만
그대



동진강 만경강 물줄기 더듬으며
바다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그곳에
백합이 있거늘
내가 있거늘


뻘 한 점 물고 죽어간
구만리 장천 도요새 외침
그대 에워쌀 때
괭이갈매기 한 마리 어깨 위에
한 숨 한 점 토할 때
고개 떨군 마지막 그레질
포클레인 굉음 속으로 묻혀버렸습니다.


그대 먼저 등 돌리고 떠나간
갯벌 뒤따라갑니다.
물때 기다리며 제집 찾아 들어가는
칠게 농발게를 봅니다.
혀끝 길게 내밀어 뒤틀린 인간 세상 가늠해보는
바지락 동죽 죽합을 봅니다.
너울너울 동진강 만경강으로 솟구쳐 오르는
숭어떼를 봅니다.
그대 어깨에 멘 그레가 말합니다.
새만금갯벌에서 백합이 사라지는 날
네놈들도 다 죽을 거라고
그래서 나는 나를 찾아 바다로 향했노라고


이제 어깨에서 그레 내려놓고
갯벌 속 깊은 곳으로 적멸하소서
영혼 나뉘고 또 나뉘어
흩어지고 또 흩어져
낮게 넓게 새만금갯벌에 드리우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만생명 다시 불러 일으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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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류기화씨

ⓒ <부안21>


류씨는 그동안 그레질(백합잡이)로 생계를 이어 왔습니다. 이날도 여느 때처럼 백합을 잡기 위해 갯벌에 나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12일 오전이었습니다. 새만금 물길이 막힌 이후로 계화도 갯벌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길이 닿지 않는 갯벌지대는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곳에 깃든 뭇 생명들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5월 중순경까지만 해도 백합은 물길이 닿는 갯벌지대에 아직은 생존하고 있어 계화도 주민들은 갯벌이 닿는 조간대 최끝단까지 백합잡이를 나가야 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그마저도 힘들어 아예 물속 깊숙한 곳에서 백합을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백합을 잡기 위해 물속 깊이 들어가다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침식과 퇴적이 변화무쌍한 갯벌에서 갯고랑으로 잘못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새만금갯벌지킴이 고은식씨(43)의 부인인 류기화씨는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비롯 각종 모임과 집회에서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 한다며 투쟁에 앞장서기도 한 새만금 갯벌의 '여전사'였습니다.


그런 그가 끝내 새만금 갯벌과 운명을 함께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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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사도 읽어보시길 http://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45800&ar_se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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