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대추리에 생태화장실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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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돕헤드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1건 조회10,255회 작성일2006-08-3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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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헤드의 [똥짐을 질 수 있을까] 에 관련된 글.>
>
>"퇴비를 만들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퇴비 좋지, 뭐 문제될 거 있겠어?"
>
>오늘은 내가 사는 대추리 옆집에 퇴비화장실(일명 생태화장실이라고도 한다)를 만든 첫날이다.
>내가 보아온 생태화장실 대부분은 몇 명이 달라붙어서 공사를 해야만 하는 그런 일종의 건축구조물이었다.
>화장실 건물을 새로 짓고, 땅을 깊이 파고, 나무를 잘라 치수에 맞게 못질을 하는 등...
>이것이 솔직히 내겐 부담이었다.
>'똥살리기 땅살리기'를 읽은 후 당장 실천하고 싶었지만 공구리도 쳐야 하지 않을까, 대패질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설계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그저 결국 언젠가 때가 오겠지 기다리고만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서울에서 살면서는 생태화장실을 사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도시에서 왕겨나 톱밥(합판에서 나온 것이 아닌)이나 짚은 구하기가 힘들었고, 퇴비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시골에서라면 무한정 구할 수 있는 짚과 왕겨 같은 것도 사야한다는 사실도 맘에 들지 않았다.
>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생태적으로 똥을 싸고 그것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오래된 순환에 참여해야 한드는 것은 참으로 귀찮은 일처럼 보였다.
>그래서 난 이런 궁금증을 키웠었다.
>
>부지런하지 않으면 생태적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
>
>그렇지가 않았다.
>어떤 조건에서 사는가가 중요할 뿐 게으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게으르다는 것 역시 상대적인 것이니까.
>
>대추리에는 생태화장실을 당장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재들이 널려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훌륭한 재료가 되는 법이다.
>나는 생태화장실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도 마을을 조금만 돌아다니면 거의 모두 거저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필요한 예산은 0원이다.
>그저 두 눈에 불을 켜고 마을을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
>
>그런데 잠깐.
>마을 사람들은 인분퇴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의견을 듣고 싶었다.
>마침 어제 나비에게서 연락을 받고 4반뜸에서 도두2리로 내려가는 길목,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로 가보았다.
>마을 분들이 모여계셨는데, 부침개를 만들어 모인 사람들이 점심으로 나눠 먹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였다.
>
>퇴비를 만들겠다고 물어보니, 다들 찬성하신다.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 만들어보자.
>그런데 대추리, 도두리에 친환경농사를 짓는 분들이 계셨던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비료 한 포대에 1,500원이라고 하니 그런 화학비료를 돈 주고 사는 것보다 퇴비가 더 좋다는 것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게다가 텃밭도 많으니 그런 곳에 뿌려주어도 좋을 것이다.
>
>이 세상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말고는 버릴 것이 없다.
>지뢰와 대포, 전투기와 총들도 모두 녹이면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똥도 버려서는 안 된다.
>인간의 똥이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직접 실험해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석유쟁탈전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이 지구를 망치고 있는가.
>석유, 물과 같은 부족한 자원을 힘으로 빼앗기 위해 국가들은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고 민중들로부터 세금을 빼앗아간다.
>전쟁과 국가폭력에 반대하는 평화마을 대추리, 도두리라면 생태화장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
>똥과 탄소질 재료(짚, 왕겨, 마른풀 등)가 들어갈 20리터들이 통을 두 개 구하고, 퇴비장으로 만들 곳을 정해 폐허처럼 보이는 그곳을 청소하고 꾸며서 새롭게 단장한다.
>비국가해방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부여받은 아나키스트의 삶이다.
>이곳을 가꾼다.
>그래서 더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국가폭력을 막아내고 자립의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가꾼다.
>마을에 생기가 돈다.
>근사하다.
>
>310555475.JPG>
>
>20리터 통에 변기뚜껑을 올려놓았다.
>마을에 무진장으로 널려 있는 왕겨와 짚을 긁어모아서 역시 마을에 무진장으로 널려 있는 40kg짜리 쌀포대에 가득 담아왔다.
>
>310557158.JPG>
>
>그래. 우리쌀로 식량자급이요, 벼농사로 환경보전이다.
>얼씨구~
>속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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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558474.JPG>
>
>왕겨와 짚이 가득 들어있다.
>먼저 20리터 이상의 통을 구하고 변기를 얹는다.
>그런 다음 통 속에 짚과 왕겨를 잘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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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600101.JPG>
>
>짚의 냄새는 제법 향긋하다.
>가끔 뭔가 맡고 싶을 때 짚의 냄새를 맡으면 정신이 안정이 되어 좋다.
>이렇게 짚과 왕겨로 덮어준 위에 똥을 누고 오줌을 눈다.
>그리고 '명상'이 끝나면 다음과 같이 왕겨를 잘 덮어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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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이상 깨끗한 물을 똥, 오줌을 버리기 위해 같이 버릴 필요가 없다.
>명상이 끝나면 다음과 같이 변기뚜껑을 덮어주면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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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60353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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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산으로는 20리터들이 통을 혼자서 채우는데 한 2주일 정도 또는 그 이상 걸리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쌓인 퇴비화 변기는 밖에 만들어 둔 퇴비장으로 들고 나가 짚 위에 뿌려주고, 다시 왕겨 같은 것으로 잘 덮어주면 된다.
>이제 열이 나면서 발효가 되어 병원균들이 죽고 훌륭한 거름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렇게 만든 거름은 밭에 뿌려주면 된다.
>
>퇴비화 변기를 사용하면서, 일을 마친 후에는 뒷물통을 사용해 닦아내고, 대안생리대까지 사용할 경우 화장실에서 물과 일회용 휴지는 다시는 필요없게 된다.
>이렇게 절약한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자세한 통계자료는 '똥살리기 땅살리기'에 다 나온다.
>벌써부터 자연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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