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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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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친꽃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6,518회 작성일2006-07-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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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정부는 올해  2 월 초 전격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다.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일정표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은 6월 초 워싱턴에서 시작한 제 1차 본 협상을 시작으로 이번 제 2차 서울 협상을 거쳐, 1년도 채 되지 않는 내년 3월 말 타결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기본 틀을 뒤집는 엄청난 지각 변동을 가져올 중대 국정 사안을 정부가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든, 절차에서나 실질적 내용에서나 한미 FTA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 졌다고 생각하며 이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준비없이 졸속으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의 어두운 실상을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를 바라며, 경제학자로서 우리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먼저 절차적인 문제점으로서, 우리는 정부가 어떤 근거에 기초하여 조급 하게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차 협상을 시작했는지 묻고 싶디. 정부와 청와대는 이른바 한미 FTA의 4 대 선결 조건이라 불리고 있는 사안들, 즉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의 중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침의 취소,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 삶의 질, 그리고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산업 발전 비전에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대로 굴욕적으로 받아 주었다. 이는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들을 미리 수락함으로써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발휘해야 할 교섭력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게 되었다. 또한 정부는 이 사안들이 한미 FTA와 무관하게 처리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임이 드러 났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이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4대  선결 과제 처리 과정의 내막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우기 문제가 되는 것은 한미 FTA 협상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효과와 충격에 대한 철저한 연구,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면밀한 협상 전략 수립 등의 선행 조건을 갖추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오래 동안 한미 FTA를 중장기 추진 과제로 삼고 있었으며 아주 뒤늦게야 공동 연구를 시작하였다. 겨우 1년 정도의 연구 기간으로, 얼마되지 않은 보잘 것없는 연구 보고서들을 근거로 충분한 협상 준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 조차도 관련 부처간 체계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에서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한 < FTA 체결 절차 규정> 조차 지켜 지지 않았다. 국회 또한 헌법 사항인 조약의 체결 비준권을 행사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채 수수방관해 왔다. 협정문 초안도, 협상 과정도 모두 비밀에 부쳐져 있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가공할 파괴력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와 이 를 통한 전면 개방이야말로 대미 수출과 외국인 투자의 증대,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 등을 통해 국민 소득과 후생의 증증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우리 경제 시스템 전반의 선진화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마치 한미 FTA가 경제 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장미빛 전망이 별로 근거가 없으며, 긍정적 효과는 미약한 반면에 부정적, 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첫째, 우리들이 경제학자로서 가장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다. 개방 만능론은 쇄국으로도 나라를 망치지만 무분별한 개방으로도 나라를 망칠 수 있고 또 망쳤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 교훈은 우리 역사가 잘 보여 준다. 또한 나프타  (북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12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고용없는 성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수출 내수 양극화가 초래되었다. 또한 나라 경제의 깊은 대미 종속과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개방 만능론이라는 전략아닌 전략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산업, 업종, 기업, 계급 계층, 지역 등 우리 경제의 모든 수준에서 강자가 이기고 약자는 죽어 나가는, 약육 강식의 정글 게임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면 개방은 지금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국민 경제의 대외 불안정과 대미 동조화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를 정당화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로 악명 높은 나프타의 멕시코 경험을 성공 사례라고 강변하다가 최근 그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그것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은 우리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주장에 따르면 내부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위해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다. 결국 정부는 모든 문제는 개방이 덜 되었기 때문이고 한미 FTA로 전면 개방만 하면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린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이같은 주장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둘째, 정부는 한국 산업과 경제의 선진화 전망을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 FTA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이른바 “쇼크 요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 요법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정부가 우리 산업의 선진화 구도에 대해 정확히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부터가 불분명하다. 서비스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어떤 서비스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체계적인 설명을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안이한 충격 요법식 개방 조치는 한국 서비스업의 기반마져 와해시킬 수 있다. 전문 서비스업의 특성상 대량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부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관세가 매우 낮아 증대 효과가 미약한 반면 대미 수입은 크게 증대하여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농업 분야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농촌사회의 붕괴로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다. 대책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셋째, 우리는 미국식 FTA가 정부의 주장 처럼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세계의 여러 다양한 FTA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시장근본주의적이 약소국에 가장 가혹한 패권적 FTA 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제 1의 동맹국인 일본조차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단순한 상품 무역 협정을 넘어 서비스, 투자, 지적 재산권 등 거의 모든 통상 사항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FTA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미국식 기준에 뜯어 맞추어야 하는 전면적인, 불평등한 경제통합 협정이다. 우리는 미국식 제도와 관행이 결코 우리가 따를 선진 모델이라고 보지 않을 뿐 더러, 이같은 전면 경제통합 협정이 고도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가 미국식 FTA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투자의 정의가 극도로 광범하여 건전한 생산적 투자와 론스타같은 파괴적 투기 자본의 유입을 선별할 길이 없고 제 2, 제 3의 론스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현지 정부 제소권 때문에 론스타 같은 사태가 속출해도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한미 FTA는 정부가 개입할 경우 거꾸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생산적인 직접투자(이른바 Greenfield)는 기대하기 어렵고, M&A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한국경제를 유린할 것이다. 설사 생산적인 외국인투자가 유입된다 해도 한미 FTA는 현지 생산품, 현지 조달, 현지인 고용, 기술 이전 등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이행 의무 부과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나라의 주권과 이 땅에 사는 민중의 삶의 요구보다 미국 자본의 무한 자유와 무정부적 활동을 더 상위에 두는 “미국 자본의 권리 장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네째, 한미 FTA는 우리 국민이 보편적인, 사회적 시민권으로서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은 공공 보건 의료 서비스와 공교육에서 OECD 바닥권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보건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바로 이런 선진 복지사회 수립의 과제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지금 겨우 확보한 최저 공적 서비스마저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보건 의료, 교육 분야는 물론,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 방송,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식 공정 경쟁 규범을  들이대고 지 분확대와 사유화를 요구해 나서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한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 등 국제 자본의 요구가 그간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유화를 추구해온 우리 안의 국내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단지 나라 대 나라의 협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두 국민 분열”을 도모하는 내외 자본의 요구 대 동반 발전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대중의 삶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고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 상층만이 독차지할 것이며 다수 대중은 이로부터 배제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우리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가 정부의 주장처럼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더없는 기회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난 IMF 위기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 판단하면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정부는 기본적인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고, 한국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한미 FTA 협상의 독단적 추진을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1. 정부는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 중단,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미국산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4대 선결 조건 수용을 즉각 취소하라. 정부는 4대 선결 조건 수용이 한미 FTA와 무관하다고 국민을 기만한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


1.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초안, 제 1차 본 협상 결과 등 한미 FTA 협상 진행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공개하라. 국민의 알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


1. 국회는 한미 FTA에 대해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직무 유기 자세를 버려야 한다. 시급히 통상 절차법을 제정하여 모든 대외협상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헌법에 명시된 조약 체결권과 비준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라.


1. 정부는 지금까지의 준비없는 졸속 추진 방식을 벗어나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연구 작업을 수행하고, 제 2, 제 3의 론스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1. 정부는 나아가 나라 안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방과 경제 주권, 공공성과 사회통합, 문화적 다양성이 같이 갈 수 있고, 나라 밖으로는 동아시아 지역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공생의 대안적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라.


1. 미국은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패권주의적인 한미 FTA 강행 압력을 중단하고 대등한 한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남북 화해와 동아시아 공생의 협력을 증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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